나는 아름다운 것이 좋다. 어여쁜 모습을 보면 그 맵시를 만든 이의 센스가 부럽고 가꾸는 부지런함이 존경스럽다. 곱고 품위 있게 말하는 모습은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우러나오는 것이라 더욱 경탄스럽다. 아름다움은 쉬운 것이 아니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내가 본 계요 병원은 아름다운 곳이다.

우선 하루의 시작이 되는 계요 출근길이 나에게 선물이 되는 아름다운 곳이다. 방배동 집에서 출발해 병원을 향해 가다 보면 신기한 것이 사당역의 번잡함을 지나 조금 달리다 청계산 길을 택하면 계절에 따라 오묘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여름철 물안개 낀 산의 기운을 느끼고 겨울철 눈이 내리면 눈꽃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병원을 둘러싼 정원에 심어져 있는 관상수와 꽃은 어찌나 다양한지 나무 할머니라고 애칭 되는 이사장님 어머님이 손수 심으셨다는데 비슷한 모양의 나무도 없고 각자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해 나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만 열린다는 목련나무 열매를 보는 행운도 가질 수 있었다.

계요 병원에는 오래 근무하신 분들이 많다. 처음에 나는 앳된 모습에 열심히 근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젊은 분이겠거니 하고 대화를 나누다 근속 연차에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다 보면 일종의 전우애도 생기고 서로 간에 쌓인 신뢰와 유대감이 편안하고 배려 깊은 직장 문화를 만든 것 같다. 최근에 새 단장을 거친 병원 외래는 화사하고 병동은 공간이 널찍하고 쾌적하다. 환경이 아름답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따뜻한 곳 그곳이 내가 일하는 계요 병원이다.

몇 년 전 대학 동기 한 명이 퇴직 후 상담심리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졸업을 위해 실습이 필요하다며 단체 톡방에 올린 글을 보고 호기심 반으로 상담을 받게 된 적이 있었다. 공부하던 친구의 추천으로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분을 한 분 소개받아 2개월 정도를 일주일에 한 번씩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 상담을 시작하면서 나는 기분 나빴던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그 해결책을 듣게 될 줄 알았다. 선생님과의 일정을 마친 후 드는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모든 물음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있었고 그 해답에도 내가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과 위로가 되는 일련의 루틴이 무엇일까 궁리해 보게 되었다. 병원을 둘러싼 환경이 아름답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웃으며 일할 수 있으니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계요와의 만남을 준 2022년이 지나가고 2023 계묘년이 다가온다. 동지가 지난 후 퇴근길에 보이는 하늘 빛깔이 하루가 다르게 밝아져서 약국 동료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자연은 이렇게 조용히 그의 일을 하고 있고 이 땅에 살며 많은 은혜를 받은 나도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소중한 인연을 통해 아름답고 위대한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