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크게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3가지의 구성 요소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명 대학에 역대 최연소로 정식 교원으로 발령받은 A씨. A씨가 자존감이 높을 것 같다면, 자존감의 구성 요소 중 자기 효능감을 생각한 것입니다. 자기 효능감은 ‘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가’라는 개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존감을 이야기할 때 유독 강조되는 개념으로, 알아주는 직업이나 좋은 직장에 있으면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나에게 내리는 평가라는 점입니다. 산속 마을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B군. 해맑게 지내는 B군이 자존감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면, 자존감의 구성 요소 중 자기 조절감을 생각한 것입니다. 자기 조절감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자기 조절감 역시도 스스로 내리는 평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잘 불안해하지 않는 C씨를 생각해 봅시다. 남들이 보기에는 걱정되는 일이 있어도 속이 편해 보이는 C씨가 자존감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면, 자존감의 구성 요소 중 자기 안전감을 생각한 것입니다. 자기 안전감은 ‘나는 스스로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가?’라는 개념으로, 자기 안전감이 낮다면, 혼자 있으면 불안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존감의 3가지 구성 요소가 모두 스스로가 스스로 내리는 평가라는 점입니다.
결국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입니다. 스스로 몇 점짜리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자신의 자존감의 정의와 일맥상통하게 됩니다.

자존감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열등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열등감 역시도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입니다. 열등감의 약 60%는 외모, 키, 집안환경 등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선천적인 조건에 대한 열등감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40%는 능력, 가난, 학벌, 트라우마 등의 후천적 조건에 대한 열등감이라고 하죠. 이러한 열등감의 가장 큰 문제는 하나의 주제로 자신 전체를 평가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살 시도를 해서 의사를 찾아온 D양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면 '자신이 못생겼기 때문에 쳐다본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나 불안해진 나머지 자살시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D양은 학업 성적도 중상위권에 여자인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고, 스스로 외모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다른 분야에서는 많은 성취를 이루려 노력해 오고 있었습니다. 학업에서도, 교우관계에서도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외모라는 것 하나로 자신 전체를 평가해 버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열등감은 자신을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어 버립니다.

정신분석적인 관점에서는 이 열등감이 심화하는 원인 중 한가지로 '가혹한 초자아'를 지목합니다.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가 있는 삽화를 한번쯤은 보셨을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도덕적이고 선한 조언을 하는 것을 '초자아',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조언을 하는 것을 '본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마음속의 부모라고도 불리는 초자아는 도덕적인 기준, 자신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초자아가 강력해지면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요? 스스로를 도덕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양심의 가책을 쉽게 받게 하고, 예의바르고 희생적인 사람으로 만들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강력한 기준으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만들기도 하죠. 이러한 초자아가 가혹할 정도로 강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남의 비난을 과도하게 신경 쓰게되며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만듭니다. 점차 자신을 즐길 자격도 없는 혹은 기분 좋을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며 자신만의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이죠.

위에서 보셨듯이 자존감과 열등감은 외적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합리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평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자신의 열등감을 합리화해 버립니다. 자신은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죠.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신을 종합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부분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약한 부분들도 나를 이루고 있는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강점은 강점대로 약점은 약점대로 인정하는 것이 열등감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많은 변화는 문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고는 합니다.

먼저 자신의 문제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자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분은 어떤 조언을 해주고 계신가요? 여러분이라면 외모 열등감으로 자살시도를 한 D양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고 어떠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결국 나의 문제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관찰하고 조언해 보자는 말입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어렵다면 우선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누군가를 그려보고, 그 존재가 나에게 해줄 만한 조언들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조언해 주기와 같은 흐름이 되겠지만,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누군가를 상상함으로 조금 더 스스로에 대한 자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실천 방안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일들에서 원인을 찾을수록 과거로 도망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나는 왜 이렇지 못했을까?’, 혹은 ‘그때 너는 왜 그랬니?’, ‘그때 어머니는 왜 그러셨어요?’. 이러한 문제들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낮아지는 자존감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됩니다. 과거보다는 지금에 집중하자는 것은 자존감이 과거 경험으로 형성된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유동적인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지금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에 맡겨서는 혹은 과거로 도망쳐서는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나아갈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힘들 때는 일단 멈추고 다시 걸어 보자는 것입니다. 열등감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 어떠한 생각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머릿속의 생각을 멈추자고 외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행동을 멈추고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발바닥부터 시작하는 한 걸음이 여러분의 생각과 감정을 가볍게 해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부터 자존감이 가득 찬 사람처럼 행동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처럼 걸어보고, 말해보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내가 자기 조절감이 높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내가 자기 안전감이 높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자기 효능감이 높다면 어떤 태도를 보일까.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존감이란 결국 내가 평가하는 나, 즉 스스로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존감이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나의 자존감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