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면서, 자기만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영양사 선생님이 부럽고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부러워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지는 거라고”, 그 말이 계기가 되어서 늦은 나이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영양사 면허증도 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1년이란 시간 동안 나이 많고 경력 없는 신입 영양사를 채용한다는 학교, 산업체, 병원 어느 곳의 연락도 없었습니다.
영양사의 직업을 포기하고 있을 때쯤 계요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비록 육아휴직 영양사의 대체 영양사로 계약직이기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앞일은 알 수 없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출근한 날 “영양사 김숙영”이라 새겨진 영양사 가운을 받고, 얼마나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늘 누구누구의 엄마, 와이프, 며느리, 직장에서는 이름 없는 조리사로 지내왔는데, 순간 이 모든 시간과 영양사 면허증을 따기 위해 힘들게 노력해온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학교 조리사로서 근무하면서 식수가 많은 주방 일은 어떤 일 보다 어느 영양사보다도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근무를 하다 보니 1일 1식만 제공되는 학교와는 달리 1일 3식 제공하고 있는 계요병원은 입고되는 식재료의 양부터가 달랐으며 주방의 인력수도 학교의 세배 이상 많았습니다. 단체급식의 특성상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이 진행되어 하고 동선을 최소화해 개인의 조급한 마음을 컨트롤 잘 해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꿈에 그리던 영양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계요병원이 다른 병원들과는 조금 특별한 특징 중 배식의 특징은 상차림 되어있는 식사를 각 병동의 환자 개개인에게 제공되고 있는 방식이 아닌 각 병동에 마련되어 있는 배선실에서 조리된 음식을 개개인의 환자에게 나눠주는 대면 배식의 형태로 일반적인 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이며, 직원 및 개방 병동과 낮병원 환자는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방식으로 영양사가 관리해야 하는 주방의 범위 또한 상단이 넓다는 특징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계요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근속자가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많은 것이 처음이고, 어렵기 마련인데 50년 동안 만들어온 체계와 질서가 있어서 그 노하우를 기준으로 일을 배우다 보니 생각보단 더 빨리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었고 적응해 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조금만 노력을 하고 정성을 쏟으면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빠른 시간에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디 가서도 배울 수 없는 계요 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많이 배우게 되었고, 저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24년은 계요병원 개원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간식 데이, 계요 운동회, 미션, 사진전”등 기념행사에 참여하면서 몰랐던 직원들을 알게 되고 친분을 쌓으면서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호텔에서 진행한 마지막 행사로 50주년 개원 기념일 행사였는데 이런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어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벅차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제가 입사하고 두 번의 개원 기념일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매번 장기근속자에 대한 시상이 있었는데요, 이날을 이규항 명예이사장님께서는 50년 근속상을 영양 계장이 21년 차로 20년 근속상과 조리사님도 20년 근속상을 받으셨습니다. 5년 10년 20년 많은 근속 직원들이 박수받으며 근속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면 정말 부러웠는데요, 간절하면 꼭 이루어진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앞으로 저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양사 실의 막내로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가르쳐 주시고, 영양사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친절하게 알려주신 계장님과 영양사 선생님들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힘이 되어주신 영양사 관리실의 많은 직원들 때문에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 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동안 많은 것을 알려준 계요병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