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뇌자극치료
디지털치료센터장 김낙영
정신건강의학과는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 사고 과정 등을 관찰하여 이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수행하는 진료과입니다.
초창기의 정신건강의학은 의학이나 생물학적인 이해가 없었고 심리학에 기반을 둔 상담치료가 주로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는 한계가 있었고 약물이 개발되기 전에는 뇌 수술을 한다거나, 감염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다거나 하는 위험하고 원시적인 치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일반 대중들이 정신과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약물이 개발되면서 이러한 위험한 치료들은 거의 사라졌으나 초창기 약물로 인한 부작용들을 경험하면서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약물을 통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며 증상을 조절하고 치료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치료이나, 이는 뇌의 활성도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정신과 의사의 경험에 따라 치료가 다를 수 있으며, 신경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아 효과가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 사고, 행동은 뇌의 해당 영역에서 조절되고 있습니다.
뇌의 활성도와 신경세포의 작용을 확인하고 이에 적절한 치료를 수행하는 것이 뇌 자극치료입니다.
뇌 자극치료라는 것이 매우 자극적인 단어이긴 하지만 과거부터 수술로 뇌에 전극을 심어 자극하여 치료하는 것은 파킨슨병, 본태성 떨림, 뇌전증 등의 질환에 사용되어왔던 치료입니다.
이 뇌 자극치료가 정신과 영역에서도 사용되는데 현재는 심한 강박증에서도 뇌에 전극을 심는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수술적 치료는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있어 많이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조금 더 간편하고 안전한 뇌 자극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낮은 전압의 전기 혹은 자기장을 두피 밖에서 적용하여 뇌 심부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여 2008년부터 미국 FDA에서 우울증 및 강박증 치료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이명 등에서도 치료 사례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디지털 치료는 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영역별 활성도, 영역간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맞춤형 자극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치료 이후 호전된 것을 뇌파검사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환자 및 보호자들도 조금 더 명확하게 증상의 호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에 맞춰 본원에도 뇌 영역별 활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뇌파검사 (qEEG, Quantitative, Electroencephalography)와 자기장을 이용한 뇌자극치료인 경두개자기자극술(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의 가장 진화된 형태인 심부 경두개자기자극술(deep TMS)를 도입할 예정이며 25년 3월부터 '디지털 치료센터(가칭)'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분석할 수 있으며 약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고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적인 표현으로 '마음은 심장에서 온다'고 고대 그리스 시대의 의학에서도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생물학, 의학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몸 안에서,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와 개개인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따라간다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및 회복 과정을 통해 정신과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거부감도 조금씩 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