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재입사 1년 차로 ‘소감들을 써도 되나’하고 잠시 망설였으나 큰 나무 그늘 같았던 계요노인병원에서의 첫 입사를 회상해 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저는 2014년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가족들이 있는 따뜻한 고향을 떠나 차갑고 낯선 경기도에서 험난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2014년 경기도의 겨울바람은 살을 에는 듯했습니다. 병원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두렵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으며, 언젠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곳이었습니다. 출근하면 무서운 선임 간호사의 괴롭힘, 기댈 곳 없는 외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혹독한 종합 병원 간호사 생활은 삶을 피폐하게 하였고, 결심하듯 청산하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서 고향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지내던 곳의 정리가 늦어지고, 결혼을 약속한 친구와의 결혼식이 갑자기 잡혀 경기도에 계속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다녔습니다. 2018년, 27살 어린 간호사에게 요양병원 경력이 없으니 경력 인정할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큰 병원을 왜 그만두었느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지쳐가던 찰나에 계요노인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전의 병원으로 가는 길이 북적북적하였다면, 계요노인병원 가는 길은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매료되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인사드린 간호부장님께서는 따뜻한 미소로 맞이해주셨고, 병동 간호사 선생님과 진료 과장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바로 입사를 확정 지었습니다. 요양병원 편하다는 소문이 무색할 만큼 병동은 중증 환자로 바빴습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 서로 돕고, 의지하며 환자를 케어 하는 모습은 제게 놀람으로 다가왔습니다. 근무시간 내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질책하던 선임 간호사, 너의 일이라며 도와주지 않던 동료 간호사도 없습니다. 대신에 어려워하면 먼저 도와주며 힘든 것 없는지 물어봐 주신 선생님들이 계신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상처 많은 27살 꼬꼬마 간호사를 귀여워해 주시고 동생처럼, 딸처럼 살갑게 대해주셨습니다. 무서웠던 환자들은 가족보다 자주 보는 또 다른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의 상처도 서서히 아물었습니다.
지옥 같던 출근길은 깃털처럼 가볍고 즐거운 길로 바뀌었습니다.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이 이렇게 우울하지 않을 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 감사한 나날들입니다.

여러 선생님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하고, 아기를 갖고, 출산 휴가를 마치고 즐겁게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나 2021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직이 결정되어 계요노인병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눈물을 지으며 다시, 또 좋은 인연으로 만나기를 선생님들과 약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부장님께서 다시 돌아와 감염관리실에서 근무해 줄 수 없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뻤습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병원은 공백이 무색하게 여전히 따뜻하고, 즐겁고, 편안했습니다. 새로운 업무에 벅차기도 하지만 많은 선생님의 격려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따스하게 품어주는 큰 나무 그늘 같은 계요노인병원에서 오래도록 함께하길 항상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