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의 확산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없어지고 어수선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오늘을 사는 모두에게 닥친 개별적인 재난인 동시에 가정과 사회에 들이닥친 재난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예기치 않은 감염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되어 일상에서 급격히 고립되기도 하고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경우 식구들은 확진자의 접촉자로 일상에서 격리되기도 한다.

방역 강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지속은 학생들과 직장인에게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많은 시간의 온라인 환경 가운데서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하게 되면서 수면-각성 리듬의 변화와 더불어 수면 부족, 낮 시간의 피곤과 졸림, 우울 증상 등이 증가하였다. 경제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불러와 많은 국민들이 생활고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 우울감과 무기력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마스크 착용과 대중 체육 시설의 이용의 제한은 헬스장이나 수영장, 요가 등의 실내 운동 활동을 위축시켜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성인들에서 운동 부족과 과체중을 유발하고 있다.

정서적으로는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자신의 감염 가능성이나 사망 가능성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 뉴스 보도에 과잉 집착하는 경향, 가족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감염이 된 경우에는 현실적인 건강에 대한 불안과 함께 격리치료에서 겪는 불편, 그리고 주로 생업에 대한 걱정과 직장동료에 대한 미안함, 학업에 대한 걱정, 실제적인 외로움, 소외감, 사회적 낙인의 우려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은 가족 내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가족 스트레스 사건이기도 하다. 감염 위험은 1차적인 스트레스원이지만, 가족생활과 가족관계의 다양한 차원에서 2차 스트레스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득이 감소하여 가정경제가 악화되면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사 준비, 빨래, 청소 등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커져 주부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보육ㆍ교육 시설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긴 시간 동안 자녀 돌봄의 부담이 증가하고, 늦잠을 자는 청소년 자녀를 깨우고 수업 출석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아이를 앉게 하는 과정에서 자녀와의 갈등은 부모와 자녀들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언제나 이전의 행복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한 것으로 누렸던 일상생활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어려움에 좌절하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좁혀진 가족 간의 거리는 새로운 가정환경이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장시간 노동과 장시간 학습으로 인해 가족 공유 시간이 길지 않았던 가족이 코로나라는 새로운 상황을 겪으면서 이전에 비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가족 관계의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평소에는 넘어갔던 사소한 행동, 말투, 습관 등이 더 나쁘고 치명적으로 느껴져 갈등이 증가할 수 있다. 가정 내 재택근무, 혹은 온라인 가정 수업이 늘어 일과 가정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 경우도 짜증이 늘어날 수 있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직장 회식문화가 급감하며 직장인의 귀가 시간이 빨라졌으나 집에서의 음주 횟수가 높아져 식구들과의 갈등이 증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이미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과 현상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간에 이해하고 돕고 격려하는 것이 부족하다. 가정 내에서 행복한 가정 문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한다. 먼저는 서로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 내 중심이 아닌 가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화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식단을 준비하고 함께 야외 운동을 나가고 제한된 환경에서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온 가족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방역으로 제한된 환경 가운데서도 지인, 동료들은 가능한 서로 연락을 유지하고 응원하며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함께 대화하고 경청해 주어야 한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지나친 사용은 곤란하지만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활 리듬이 깨어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소아 청소년 연령에서의 야간 시간 전자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가족 내에서 서로 약속을 정해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정하고 일정 시간 후에는 반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수면 습관이 의외로 가정 내 스트레스의 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직장에서는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가? 긴장된 일상과 여러 예기치 않은 일 가운데서도 서로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필요한 의료적인 정보와 일상을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팀워크의 증진, 사기진작을 위한 활동, 동료와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휴식을 취하고 의사소통 계획을 세우는 것이 업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코로나 감염에 대항하는 장기전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한편, 감염의 위험으로 면회, 외출, 외박 등이 제한되면서 본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분들의 고립감,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대비해야 한다. 백신을 맞고 위드 코로나가 되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가운데 환자분들이 적극적으로 백신도 맞고 기다렸지만 돌파 감염으로 인해 다시 거리 두기가 시작되어 환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외래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의 환자분들이 코로나 사태에 지쳐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청소년, 청년들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수업으로 불규칙한 생활리듬, 대인관계의 제한, 백신에 대한 두려움, 감염의 두려움, 취업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불안,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이 많아졌고 청, 장년층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고립감, 과중한 업무, 자녀와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였다. 노년층의 경우에는 감염의 위험으로 많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외로움, 절망감, 우울감 등이 증가하였다. 그 가운데 경제적인 취약층, 장애인, 위기 가족의 경우 더 많은 어려움 등이 가중되고 있어 우리가 만나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더 취약한 환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의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장에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마음의 결심,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볼 것이다.
•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서 세 끼를 챙겨 먹고 운동을 할 것이다.
• 나는 일상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 나는 내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매일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다.
• 나는 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어려움을 들어줄 귀를 가질 것이다.
• 나는 나의 영성을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영적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종교방송 시청 등)
• 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앞날에 대한 걱정과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마음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 나는 개인적, 가족 간, 직업적인 경계를 분명히 세우고 무리한 부탁은 거절할 것이다.
• 나는 혼술을 자제할 것이다.
• 나는 디지털 매체의 사용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것이다.
• 나는 가족과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도록 훈련할 것이다.
• 나는 가족들과 합의하여 서로 함께 하는 공동 시간을 정하고 그 외에는 각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다.
• 나는 가족 간에 서로 감정이 고조된 경우에는 잠시 멈추고 각자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약속할 것이다.
•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더 공감하고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이 마음이 나 자신과 가족,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