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중독(water intoxication)은 말 그대로 물을 과도하게 마셔서 발생하는 저나트륨혈증입니다. 즉, 물을 너무 많이 마셔 혈액 내에 정상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소금기(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희석되는 것이지요. 저나트륨혈증은 두통, 보행장애, 떨림, 구역, 구토 등의 급성 증상을 보이다가 심해지면 착란, 경련, 혼수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고, 드물게는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매우 치명적인 상태입니다.

물중독은 만성적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종종 나타납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만성 입원환자의 3~39%에서 물중독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중독이 무조건 항정신병 약물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불안이나 입마름을 가라앉히고자 물을 마시다 보니 점점 양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고 증상 악화로 인한 일시적인 항이뇨호르몬(ADH)의 불균형이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도파민이 과하게 활성화되거나 반대로 도파민에 대한 과민반응일 수도 있고 기타 신경내분비 시스템의 이상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물중독 증상이 있다면 심한 조현병 증상 자체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중독은 어떻게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의심 증상이 있을 때 혈액 검사를 통해 나트륨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저나트륨혈증이 확인된다면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염분(소금)을 공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나트륨 농도를 높이면 오히려 뇌부종, 연수 마비, 사지 마비 등을 유발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분을 제한하며 서서히 나트륨 수치를 교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 번 물중독이 생기면 위중한 경우가 많기에 예방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하루에 3L 이상의 수분을 마시면 물을 많이 마신다(다음증)고 하는데, 여기에는 마시는 물뿐 아니라 식사로 섭취하는 수분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환자가 물을 평소보다 자주 많이 마시고 있다고 생각되면 수분 섭취량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수분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물중독의 위험성과 예방 방법에 대해 배우고, 수분 섭취 일지를 통해 하루 수분 섭취량을 점검하면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수분 섭취를 점검할 수 있으니 이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보호자가 수분 섭취를 제한할 경우 보호자 몰래 수돗물이나 음료수를 과량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조현병 증상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약물 조정이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