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0년이란 세월이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세월이 그렇게 되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4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얘기하기 위해 과거의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보았다.

사실 명예이사장님과 나와의 시간은 40년보다도 훨씬 오래전의 일이다. 50여년 전, 내가 의과대학 본과 학생이던 시절에 당시 의대 교수이셨던 이규항 명예이사장님의 정신과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 당시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민병근 교수님과 이규항 교수님과 때때로 함께 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고, 두 분은 정신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인 내가 두 분 교수님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정신과는 전공을 한다면 집에서도 말리고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졸업을 하면 두 교수님의 뒤를 이어 정신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내가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전공의를 하던 시절, 명예이사장님은 안양신경정신과의원을 설립하셨다. 입원환자들이 있어서 주말이면 이곳에서 당직을 하곤 했었는데, 논과 밭이 어우러진 전원형의 안양신경정신과의원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에 떠오른다.

1981년에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이규항 선생님이 원장으로 계셨던 금강병원에 정신과 과장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약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오전에는 이곳, 안양인경정신병원으로 출근해서 입원환자들을 회진하고, 오후에는 금강병원에서 외래환자를 돌보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1983년 말 즈음에 안양신경정신병원으로 완전히 옮겨와 이곳에 전념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때부터가 40년이 되는 시간인 것이다.

당시에는 고속도로도 없어서 부산까지 가는 일번 국도를 이용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퇴근을 했지만, 전혀 피곤한지 몰랐다. 다만 양쪽의 환자를 어떻게 잘 치료를 해줄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다녔던 시간이었다. 그런 인연을 생각하며 명예이사장님을 겉잡아 반세기가 되는 시간을 모시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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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항 명예이사장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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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원기념식에서 근속직원에게 금을 수상하며

이 글을 쓰려고 하니 지난 시간들이 색 바랜 사진을 보는 것같이 여러 가지 추억들이 한꺼번에 뒤엉켜서 떠오른다. 그간 같이 일을 했었던 전문의 선생님들, 전공의들 모두의 얼굴들이 나의 마음속을 뒤흔드는 기분이다. 뭘 어떻게 기술을 해야 하나 한참을 생각하고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진작에 여러 가지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기록해 놓았을 것을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내 기억 속의 여러 선생님들의 영상을 기술하고 싶어도 본인들이 생각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생략을 한다.

명예이사장님은 항상 사람을 쉽게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친화력이 있으신 분이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끝없이 추진하는 열정을 지니신 분이다. 그래서 한 가지 테마가 끝나는 듯하면 다른 역사를 만드셔서 숨 쉴 시간이 없이 뭔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꿈을 현실화하셨던 분이다. 계요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면 정신없이 그 뒤를 쫓아가며 생활화를 했던 것같다.

자연과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계요병원의 예전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지금은 상전벽해란 말 밖에 할 수 없다. 주위가 변화하면서 병원도 정신병원 중에는 제일가는 초현대식인 시설로 변했다. 당시 복지부가 과천에 있었는데 우리 병원과는 매우 가까운데 있어서 복지부에 가서 정신병원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면 계요 병원으로 일단 견학을 보내서 바쁜 와중에 이분들에게 시설이나 그 밖의 여러 곳을 보여주었는데 황당했던 물음에 대답을 하는데 너무 힘이 들었고 진땀도 많이 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생각을 하면 너무나 바쁜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 병원뿐만 아니라 의왕시의사회장, 경기도병원협회회장, 아울러 경기도메르스전염병대책위원장, 학회의 여러 가지 회장들, 심지어는 학회 대의원의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회장등을 하면서 동분서주하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지금 생각을 하면 도저히 할 수가 없는데도 마다하지 않고 했던 것은 계요병원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경위로 여러 감사장과 표창장도 수없이 많이 받았는데 심지어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시는 국민포장도 받게 되었다.

정신과 병원이 살아남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우리 병원이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선택과 집중 모두에 있었다고 생각 한다. 그리고 모든 ‘정신병은 원인이 있고 낫는다’는 어찌 보면 약간의 망상적인 신념을 가지고 환자들을 치료해옴으로 인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열심히 의사로서, 계요인으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곳에 같이 근무를 했던 모든 분들, 일일이 기록을 할 수가 없을 많은 직원들, 의사선생님들, 간호사들, 보호사들, 임상심리사들, 사회복지사들, 그리고 행정부 직원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분들과 함께 계요병원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한 부분이 아닌 나의 운명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계요병원도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한병원협회의 상임고문으로 오랜 기간 일해왔지만, 전국에서도 이렇게 오래 장수하는 병원은 매우 드물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며 계요병원의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해온 사람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장담하건대 계요병원은 영원한 병원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나와 같이 근속 40년, 아니 더 오래 근무하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서 이런 감회의 글을 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계요병원의 빛나는 미래가 정말 기대된다.